1. 우리가 일했던 방식 : OKR
드라마앤컴퍼니(이하 드라마)에서는 주로 기능 조직과는 별도의 ‘크루(Crew)’라는 사일로한 조직 단위로 일합니다. 사일로 조직인 크루는 PO, 디자이너, 개발자의 크루원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크루원들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하여 Cross-functional 하게 목소리를 내고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지난 몇 분기 간 드라마는 OKR 방법론을 바탕으로 제품 팀을 이끌었습니다. 목표는 3개월 주기로 세팅되었고, 그에 맞는 KR과 initiative를 설정하여 목표 달성을 위해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KR을 달성해가는 과정은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었고, OKR은 아주 효율적으로 동작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몇 분기가 지나자 팀에서의 여러 이상 신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2. 팀의 위험 신호
드라마에서는 2주에 한 번씩 팀원들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Health Check를 체크합니다. 팀원들은 미션, 재미, 학습, 자기 주도, 속도 등의 다면 평가 항목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한 주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런데 분기가 지날수록, 크루원 모두의 업무 의욕이 평균적으로 크게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성취감, 만족도, 속도 등 모든 건강 지표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매달 2번 진행하는 주간 회고 시간에서 팀원들은 진행했던 task에 대해서 확신이 없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크루원 스스로의 기여도를 매우 낮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매 분기에 크루의 목표와 KR을 세팅하기 위해 많은 논의를 거치고, 매우 많은 회의 시간을 쓰고 있었음에도 크루원의 동기부여와 사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리모트 환경으로 인한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이 원인은 아닐까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회의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도 팀원들의 기여도에 대한 지표는 크게 개선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잘못된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은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3.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난날 우리의 OKR에서의 ‘목표’는 구체적인 성과 지표와 수치들로 나열이었고,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크루원들이 달성해야 할 목표는 언제나 도전적이고 챌린징했습니다. 그 결과, 목표 달성을 위해 짧은 시간 안에 큰 수치적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아이템들이 우선적으로 선택되곤 했습니다. 그 결과 모든 액션은 가장 노출량이 많은 화면 위에서 또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설계되었고, 결과적으로 앱은 아래 그림처럼 변해갔습니다.
속력과 속도의 차이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속력이란 단위 시간 동안에 물체가 이동한 거리를 의미합니다. 반면 속도는 물체의 단위 시간당의 변위를 의미합니다. 변위란 출발점을 기준으로 할 때 도착점까지의 직선거리를 뜻합니다.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속도와 속력의 개념의 차이가 우리의 문제를 잘 설명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팀원들은 O와 KR이라는 목표 지점을 향해 있었지만, 그것은 전략이라는 핸들이 없는 차에 올라 먼 길을 돌아 가는 것과 같았습니다. 빠른 속력으로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믿음 속에서, 우리의 속도은 점점 느려지고 있었습니다.
4. 목표 지우기
무엇이 우리의 속력을 늦추고 있었냐에 대해 고민했을 때 원인으로 지적되었던 것은 2가지였습니다.
1) 전략에 선행하여 세팅된 목표와, 2) 제품 사이클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할당된 타임라인
이 2가지의 환경이 메이커들로 하여금 실제 목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보단, 일정 안에 수치화된 성과를 만들어야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졌습니다.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세웠던 목표와 지표들이 도리어 고객 중심적인 사고와 아이디어들을 막는 방해물이 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타임라인을 우리의 일정표에서 지우기로 했습니다. 3개월 주기로 세팅되었던 OKR 문서는 지워졌고, 달성해야하는 지표들 대신 해결해야하는 문제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5. 방향 설정
OKR에서 문자 K는 명확한 단 하나의 핵심을 뜻하고, 하나의 스쿼드(사일로팀의 단위)는 한 분기에 최대 5개의 핵심 결과와 함께 하나의 목표만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저희 역시 가장 중요한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리멤버의 여러 사일로 조직 중, 프로필 크루의 목표는 커리어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프로필을 많이 공개하고 더 잘 작성하게끔 하는 것이었습니다.
STEP1 목표 달성을 위한 핸들 잡기
서비스를 만드는 제품팀의 역할은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입니다. 이에 프로필 크루는 ‘어떤 문제를 먼저 해결할 것인지’에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첫 걸음으로 고객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기 위해 개밥먹기(Eating Your Own Dog Food)²를 진행했습니다. 우리는 한 명의 고객이 되어 스스로가 만든 제품의 A부터 Z까지를 직접 쓰면서 느낀 불편한 점들을 나열해보기로 했습니다. 이해 관계자 6명이 참여했으며, 개밥먹기는 약 2시간 소요되었습니다. 개밥먹기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 설정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자들 모두 각자가 생각하는 문제를 적습니다.
2. 발의자는 5분 이내로 작성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3. 문제들을 범주화하여 묶습니다.
4. 참여자들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에 투표합니다. (*투표자는 최대 3개의 문제에 투표할 수 있습니다)
5. 모든 참여자는 투표의 이유를 간략히 설명한 후,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문제부터 해결 방법을 논의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대략 28개의 문제를 수집하였고, 이들은 6가지의 세부 범주로 분류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2개의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STEP2 데이터를 통해 문제 분석
이후 프로필 크루는 수집된 문제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문제의 원인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드라마에는 DI 팀이 따로 있어 각각의 퍼널별 전환율과 기존 액션들의 전환율 등의 데이터를 요청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가장 개선 대비 효과가 높을 것이라 예상이 되는 해결 방안 8가지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정된 리소스 때문에 모든 아이템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뿐더러, 각각의 문제에 대한 가설을 검증하기에도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진행할 해결 방안을 결정해야했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각 해결 방안들을 두고 ICE 프레임워크³를 진행하여 진행 우선 순위를 정하였습니다.
STEP3 해결 방안 구체화하기
각각의 액션 아이템은 크루원들과의 논의를 거쳐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설을 검증하는데에 있어 필요한 최소 스펙들을 재검토하는 과정을 여러번 거쳤고, 오버 스펙이라 분류된 스펙은 과감히 범위(scope)에서 제외했습니다.
STEP4 가설 검증을 위한 로드맵
가설의 빠른 검증을 위해 하나의 액션에 대한 최대 배포 주기는 4주를 넘지 않기로 했습니다. 주 1회 주간 회의에서 진행했던 액션들에 대한 결과를 리뷰하는 시간을 가지며 가설이 잘 동작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기존에 기획중이던 액션을 과감히 버리고 액션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했습니다. 때때로 효과를 내고 있는 액션들을 빼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결정이었기 때문에, 현재 수치를 떨어뜨리지 않되 현재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액션들을 재배치하는 작업 시점을 고려하여 가설 검증 로드맵을 세팅했습니다.
STEP5 투명한 지표 공유
KR은 핵심 목표에서는 제외되었지만, 고객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있어 항상 모니터링해야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프로필 크루에서는 주요 모니터링 지표들을 태블로(TABLEAU)에 대쉬보드로 만들어두고 크루원 누구든, 언제나 쉽게 확인이 가능하게끔 했습니다. 모두가 머릴 맞대고 고민한 액션을 증명해가며 주요 지표들이 올라갈 때마다, 다함께 서비스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06 맺음말
개인적으로 전체는 그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팀의 문화가 이끌어내는 시너지의 합이 개인 역량의 총합보다 더 크다고 믿기 때문인데요. 앞선 1년간 다양한 조직 운영 방식을 테스트하며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들을 겪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함께 더 잘 일하기 위해 고민하는 팀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¹ 린 사고방식(Lean Thinking)의 핵심은 낭비를 줄이는 것. 린 스타트업 프로세스는 고객 개발(Customer Development)을 사용하여, 실제 고객과 접촉하는 빈도를 높여서 낭비를 줄입니다. 이를 통해 시장에 대한 잘못된 가정을 최대한 빨리 검증하고 회피하고자 하는 방법론입니다.
² 개밥먹기는 원래 개발자가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테스트로 직접 사용해보는 것을 가리키는 단어로, 제품을 만든 메이커가 스스로 만든 서비스를 사용해보는 것을 뜻합니다.
³ **아이스 프레임워크는 I,C,E 를 기준으로 일의 가중치를 합산하여 실행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론이다. I(Impact): 이 실험이 얼마나 영향력 있을까?, C(confidence): 이 실험이 성공할 확신을 가지고 있는가?, E(ease): 이 실험을 완성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